도망치고 싶은 날, 강원도에서 마주한 의외의 위로

도망치고 싶은 날, 강원도에서 마주한 의외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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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은
그냥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죠.
저에겐 그게 바로 며칠 전,
감정이 말라붙은 듯한 날이었어요.

혼자 강원도에 내려갔고
낮에는 바람 맞으며 걷고,
밤에는 뭔가 조금 더 ‘사적인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조심스레 찾아간 곳이
바로 강원도호빠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망설였어요.
여자 혼자, 낯선 곳, 호빠라는 공간.
하지만 내부를 들어선 순간,
그 걱정이 생각보다 금방 사라졌어요.

입구부터 조용하고 단정한 느낌이었고
너무 튀지 않는 간판도 마음에 들었어요.
문을 열었을 때 맞이해준 직원분의 목소리도
낮고 잔잔해서 순간적으로 마음이 풀렸어요.

테이블 간격이 넓어서
누구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고
조명은 따뜻한 톤이라
마치 조용한 북카페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저는 논알콜 음료 중 라벤더향이 들어간 칵테일을 시켰어요.
향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졌고,
그날 저녁엔 술보다도 이게 훨씬 더 어울리는 선택이었죠.

잠시 후, 호스트 분이 다가왔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먼저 다가오지도 않고
제가 말할 때까지
그저 가만히, 같은 공간 안에 있어줬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강원도호빠는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기보단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말 없이 있어도,
조용히 음료만 마셔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두는 공간.

다른 테이블도 아주 조용했어요.
누군가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누군가는 저처럼 말없이 앉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어떤 모습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조용한 음악, 은은한 조명,
그리고 내가 혼자인 이 감정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걸
그 공간이 알려줬어요.

호스트와 나눈 대화는
길지 않았지만 따뜻했어요.
가볍게 웃으며 공감해주는 그 몇 마디가
제 안에 쌓인 것들을 조금씩 녹여줬고요.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을 때
기분이 정리된 기분이 들었어요.
갑자기 바뀐 건 없지만
내가 다시 돌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
강원도에서 그런 밤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건
생각보다 꽤 큰 위로였어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날,
그냥 잠깐 아무 말 없이 있고 싶은 날.
강원도에서 그런 공간을 찾는다면
이곳, 정말 추천해요.